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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자식만 왕따 아니면 된다 ? 그러니 학교폭력 활개”

by 오아시스세상 201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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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이 2일 홍익대앞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에서 영화에 묘사된 학교폭력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부모들이 ‘내 자식만 왕따가 아니면 된다. 내 자식은 성공해서 강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학교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 등 3관왕을 받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연상호(34) 감독은 2일 기자와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돼지의 왕’은 학교내의 계급화된 폭력 구조를 다룬 영화다. 연 감독이 다녔던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와 ‘폭력’ ‘자살’ 문제를 다뤘다.

영화는 학교 내에 잘나가는 ‘일진’을 개로, 권력에 지배받는 학생들을 돼지로 그린다. 돼지들은 폭력으로 군림하는 개에 맞서 변화와 저항을 꿈꾸지만 결국 좌절한다. 그는 작가 이문열씨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교한 시각에 대해 “학교에 내재된 권력과 계급에 대한 최신판 이야기”라고 답했다. 연 감독은 “나는 돼지에 속해 있었다. 영화 속에 내 캐릭터가 나오지만 권력을 잡은 개들의 횡포를 보면서도 조용히 지켜보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도 있던 구조화된 학교폭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상영시간(96분) 내내 우울하고 불편했다고 토로한다. 그만큼 학교 폭력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졌다.

연 감독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한 관객이 ‘앞 칠판에서 교실 끝까지 바닥을 혀로 핥았다’고 말하더라. 현실은 19세 관람불가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사회적 분노를 가진 아이들이 친구들을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자에다 공부도 잘하는 애들이 지배계층을 형성해 폭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너도 성공해서 강자가 되라’는 것뿐”이라며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사회구조가 학교에 투영되고, 학교에서 겪은 폭력의 기억이 사회의 지배-피지배 구조를 굳건히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의 해법으로 학교·경찰이 나서는 건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연 감독의 견해다. 그는 “아이들은 학교 지도나 경찰 단속 등을 잡음으로 생각한다. 학교와 경찰을 믿을 수 없기에 아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복수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세대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니 참으라’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며 “개인의 인내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공감과 분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