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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한국이 정말 김치의 원조일까?

by 오아시스세상 202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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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따위를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시킨 음식이다.
맛과 영양, 저장성 등을 고루 갖춘 자랑스러운 전통 음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보물이다.

그런데 김치의 세계적인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중국과 일본 등이 김치를 자기네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김치가 자기네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우선 중국 춘추시대 민요들을 모아 공자가 엮었다는 《시경(詩經)》이라는 책에 보면 오이를 절여서 만든 음식이 나온다. 채소절임음식에 관한 오래된 기록이다. 중국에서는 이 기록을 근거로 채소절임음식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본도 옛날부터 채소절임음식을 만들어 먹어 왔다. 하지만 채소절임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계절의 변화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채소절임은 나타날 수 있는 방식이므로, 이것만 가지고는 김치의 원조라 주장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염도(짠맛의 정도)를 높여서 오래 저장하는 방식은 쉽지만 염도를 낮추면서 발효시키는 것은 어렵다.

한국의 김치는 염도를 낮추면서 발효시키는 젖산발효음식이라는 독창성을 지닌다. 재료를 절이는 데 쓰는 침채원(소금, 젓갈 등)에 그대로 배추나 무를 담가 여러 가지 양념(파, 마늘, 생강, 부추, 갓 등)으로 ‘발효’시켜 만든 점에서 김치는 매우 뛰어난 음식이다.

 

 

김치는 원료, 발효 조건이나 방법에 따라 맛이 다양해지며 또 숙성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산균이 생장하고 유기산, 비타민 등 원료 자체에 없던 새로운 영양물질과 맛 성분이 더해진다.

김치는 보기 드물게 동식물성 영양의 조화를 두루 꾀할 수 있는 복합발효식품인 것이다.  

김치의 이러한 특징은 옛 문헌에서도 잘 나타난다. 1400년대 만들어진 《산가요록(山家要錄)》이라는 조리서에 따르면 고려 말부터 김치가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에 보면 동치미, 나박김치와 같은 물김치류나 날 채소에 양념을 버무려서 2차 발효를 유도하는 ‘즙지히’라는 김치류와 소금을 넣지 않은 무염김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치는 단순히 채소절임음식을 넘어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고유의 음식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김치가 채소절임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고 있고, 일본은 절임음식인 츠케모노에서 시작해 우리의 김치를 가져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마늘과 젓갈을 빼고 김치를 만들어 일본식 발음대로 표기하여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한국의 김치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한국 김치의 독창성을 인정해서 국제적으로 ‘김치’의 고유성을 인정해 주었다.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김치를 만들어 팔려면 한국의 전통 김치 제조 방식을 따라야 한다.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일은 김치를 만드는 김장 문화의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다.

유네스코에서는 문화를 가장 잘 꽃 피운 곳이 어디인가를 살펴서 인류무형유산을 지정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 ‘김치’의 고유성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김치’는 그 어느 나라 어디서도 흉내낼 수 없는 한국의 고유한 음식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