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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건강하게

가을 전어가 정말 맛있나?

by 오아시스세상 201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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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폭염과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못이루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제법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함이 다가온다. 입추와 처서도 지났으니, 이제 슬슬 가을의 낙엽타는 냄새를 맡을 때가 다가옴을 느끼며, 전어에 대한 얘기를 꺼내볼까합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더 잘 알려진 전어는 서늘한 기운이 돌기 시작할 무렵, 최고의 별미로 떠오릅니다.
‘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고 할 정도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고 그 맛의 유명세만큼이나 찾는 사람 또한 많으며,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그 맛, 직접 먹어봐야 그 이유를 압니다.


혹자는 가을을‘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 아니 가을은 전어가 살찌는 계절입니다. 전어는 가을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얼마나 맛이 있으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그 발길을 돌리고, 며느리가 친정 간 사이에 문걸어 잠그고 먹는다고 했을까요?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의 구분없이 모두 좋아했다. 맛이 뛰어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했다”고 예찬을 했습니다. 또, 실학자 정약전도 ‘자산어보’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 왜 가을 전어인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을 전어에 열광할까? 이유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부터 전어의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지방질이 풍부해지기 때문입니다.
3월부터 8월까지의 산란기에는 기름기가 빠지고 마르기 때문에 맛이 없고 겨울 것은 뼈가 억셉니다. 그 때문에 산란기가 끝나는 9월부터 몸에 살이 오르면서 차진 맛이 살아나게 되어 그 때부터 가장 맛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2, 3년정도 자라면 가장 맛있는 크기인 15cm로 자라는데 몸이 둥글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싱싱하고 맛있으며, 썰었을 때 살이 단단하고 불그스름한 빛이 감도는 것이 좋습니다. 또, 전어사리라고 불리는1년생 12cm 정도의 소형 전어를 최고로 칩니다.

* 전어를 맛있게 먹으려면

가을 전어는 요리법을 따지지 않는 생선입니다. 회나 초밥으로 먹어도 맛있고, 무침이나 구이, 젓갈을 담아 먹어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영양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전어는 회나 무침이 가장 좋습니다. 이는, 고도화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가 열을 가하면 손상되기 때문이지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뼈째 먹어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양념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고 상추에 풋고추와 마늘을 송송 썰어 쌈장을 올려 싸먹어도 맛이 있는데, 부드러운 뼈가 오독오독 씹히면서 살에서 배어 나온 차진 기름기가 입안을 자극해 씹을수록 감칠맛이 돌면서 고소합니다.

전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무침 요리입니다. 당근, 오이, 부추 등 갖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매콤, 새콤하게 버무린 회무침은 입맛 돋우기에 최고인데, 배나 깻잎을 함께 넣으면 비린 맛도 없어지고 식감이 더욱 좋아지며 여기에 밥 한공기 넣고 쓱쓱 비벼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고소한 전어의 살과 아삭한 야채가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꼬들꼬들한 전어회도 일품이지만 전어하면 역시 노릿하게 구워낸 전어구이입니다. 전어는 직화구이가 유명한데 숯불 위에 전어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냄새에는 군침이 절로 돌지요. 얼마나 기름이 바짝 올랐는지 석쇠 밑으로 기름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렇게 고소한 냄새는 전어 몸에 밴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는 것입니다. 가을 전어에는 봄, 여름보다 3배나 많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는데다 DHA와 EPA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DHA와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을 제거해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며, 기억력·학습능력을 높여주며 또,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인 이소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8종류나 들어 있는데다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풍부한데다 뼈와 가시까지 먹을 수 있어 칼슘 섭취에도 매우 좋습니다.


소금을 살살 뿌려 노릇하게 구운 가을 전어는 마치 버터구이 라도 한 것처럼 고소합니다. 집 나간 며느리가 왜 이 냄새에 발길을 돌렸는지, 시어머니는 왜 며느리가 친정 간 사이에 문을 걸어놓고 몰래 먹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지요.

예로부터 전어는 머리부터 먹는다고 했습니다. 오죽하면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 말’ 이라 했겠습니까.

전어 머리는 오래 구워야 바삭한데 몸통까지 함께 오래 구우면 육질이 단단해져 서 맛이 없기 때문에 살이 부드럽게 익으면 몸통을 먼저 발라 먹고 머리는 따로 떼어 불 위에 조금 더 올려놓아 바싹 익은 전어 머리를 깨물었을 때의 고소함이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눈이 절로 스르르 감기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오며 그야말로 서 말 참깨가 입안 한 가득한 기분입니다.

올 가을 전어 한번 드셔보지 않겠습니까?